
『호미』 – 박완서 산문집 세월이 흐르고 삶이 쌓이면, 말도 글도 점점 깊어진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집 『호미』는 그런 인생의 깊이를 온화한 문체와 사려 깊은 시선으로 담아낸 보석 같은 책이다. 제목처럼, 날카롭지만 작고 단순한 도구인 ‘호미’처럼 작가는 우리 일상의 속살을 조용히, 그러나 예리하게 파고든다. 『호미』는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지 않는다. 대신, 박완서 특유의 간결하고 따뜻한 문장이 우리를 삶의 작은 풍경 속으로 이끈다. 어린 시절의 기억, 전쟁의 상흔, 어머니와 가족, 자연, 이웃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겁지 않게 펼쳐지면서도 마음속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노년의 시선’이다. 작가는 나이 듦을 결코 숨기지 않고, 그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치들을 고백하듯 털어놓는다. 몸..